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기괴한 설정의 예술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베네치아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건 알았지만, 제가 이 정도로 깊이 이입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가여운 것들》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여성이 세상을 처음 마주하는 이야기인데, 보는 내내 제 과거의 어느 시절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이입: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들영화의 중심인물 벨라 백스터는 천재 외과의사 고드윈 백스터에 의해 재생된 존재입니다. 성인의 신체를 가졌지만 언어와 인식은 갓난아이에 가까운 상태에서 출발하는데, 이 설정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저는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이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개념이 바로 타뷸라 라사(Tabula Rasa)입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1999년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입니다. 하지만 김태용 감독은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여성영화이자 퀴어영화로 받아들여주길 바랐다고 말했어요. 제목만 보고 귀신이 등장하는 무서운 영화를 예상했던 저는 영화가 끝난 뒤 오히려 효신과 시은의 얼굴을 더 오래 떠올리게 됐습니다. ※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복도는 학생들이 매일 오가는 평범한 공간인데, 이 영화에서는 유난히 비어 있고 낯설게 느껴졌어요. 사람이 많은 학교 안에서도 인물들이 각자 고립되어 있다는 분위기가 이 장면에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공포는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는 순간보다, 익숙한 학교가 어느 순간 쓸쓸하고 낯선 공간으로 변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
캐나다 퀘벡 영화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제목부터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2023년에는 제80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독립 병행 섹션인 제20회 지오르나테 델리 아우토리에서 GdA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저도 잠깐 멈췄습니다. 이렇게 긴 제목을 가진 뱀파이어 영화라니,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뱀파이어 영화지만 공포보다 블랙코미디에 가깝다뱀파이어 장르라면 보통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저는 처음에 어두운 성과 무고한 희생자, 피 냄새가 가득한 공포 분위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재생하는 순간, 낯선 프랑스어 대사와 함께 잔잔하고 엉뚱한 분위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뱀파이어 영화와는 ..

